회고

3.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던, 첫 회사 회고

devsean 2023. 11. 4. 21:03

* 블로그 이전하며 다시 남겨둔다. (2023.11.4)

첫 회사

첫 회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매니징 사업을 하는 미디어 회사였다. 데이터 관리 직무로 일을 하면서, 자동화 데이터 분석 레포트 및 대시보드 제작,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사내 웹 서비스 개발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마지막 학기에 취업 준비를 하던 중, 학부 때 데이터 사이언스 세미나를 지도해주셨던 교수님의 추천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개발자 포지션은 아니었지만, 데이터 사이언스에도 마냥 흥미를 잃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양한 업무를 해보면서 내가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고 싶은지 명확하게 정하고 싶었다. 저번 달까지 1년 반 정도 근무를 했고,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만드는 방법, 협업하는 방법, 그리고 배우는 방법

가장 먼저 처음 회사에 들어왔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일을 할수록 나는 개발자가 적성에 맞는다고 느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서비스)를 만들고 그것이 직원들에게 도움을 줄 때 행복했다. 회사에 들어와서 참여했던 첫 프로젝트에서, 해외 오피스에서 요청을 받아 일을 진행했었다. 그 분들은 데이터 분석 레포트를 직접 만들고 있던 중이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자동화를 통해 시간을 단축시켜 줄 수 없겠냐는 의뢰였다.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튜브 및 구글 드라이브 API와, GCP를 활용해서 자동화 레포트를 만들어드렸다. 그 때 내가 기술이 있으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줄 수 있다는 점에 개발의 매력을 크게 느꼈다.

 

또한, 만드는 과정 자체도 즐거웠다.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 리드와 협업하며 유튜브 크리에이터 검색 툴을 만든 적이 있었다. 웹 서비스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는데 API 개발에 참여하여 데이터를 수집하는 엔드포인트를 구현했다. 기술적으로는 일부분이었지만, 기능을 어떻게 만들지, 어떻게 디자인할 지 과정에 대해서도 회의에 참여할 수 있었고 나도 대표님께 1:1 미팅을 요청하여 그 분의 요구사항을 직접 듣고 팀원들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코딩을 하면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도 즐거웠고, 그걸 넘어서 이렇게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것도 즐거웠기에 더욱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다음으로 배웠던 점은 '배우는 방법'이었다. 내가 이 회사를 다니면서 얻었던 가장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글로벌 경험에 대해 먼저 얘기해보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 팀은 글로벌 팀이었고, 감사하게도 영어를 쓰면서 팀원들과 함께 일할 일이 많았다. 팀원들은 각기 다양한 국가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메신저와 구글 밋으로 의사소통하면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갔다. 개발도 개발이었지만 나에겐 영어가 challenge였는데 내가 제대로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대학 졸업할 때까지 영어 공부에 많은 시간과 돈을 썼건만, 실전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냥 부딪히면서 배워보자는 마음가짐으로 계속 해나갔다. 학창 시절 다녔던 학원에 문의해서 외국인 선생님을 소개받아 1:1 회화 과외를 했고, 가능하면 영어로 된 컨텐츠를 많이 접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영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말할 때 문법을 생각하지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일을 하면서 쓰는 단어들이 한정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전에 들어봤거나 썼던 표현을 또 쓰면 의미가 대충 통하기 시작했다. 결국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서는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일을 하는 상황이라면, 그 일을 잘 아는 것이 우선이며 그렇게 되면 영어 구사력이 조금 떨어져도 서로 감안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부딪히면서 배운다는 마음가짐은 영어뿐만 아니라 나의 업무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 접했던 거의 대부분의 기술들이 새로 배우는 것들이었다. 그럴 때마다 필요한 기술들을 스스로 학습했다. 팀원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기술 문서를 읽고, 튜토리얼 영상을 찾아가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그렇게 했을 때 내 머릿속에도 배운 점들이 잘 남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잘 해결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마주한 문제를 단계별로 나눠서 하나씩 부딪히며 해결했을 때 가장 잘 배울 수 있었다.

퇴사, 새로운 도전을 위한 숨고르기

이렇듯 배운 점들도 있었지만, 1년 반을 다니고 결국 퇴사를 하게 되었다. 사실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은 시점부터 퇴사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해오고 있었다. 매니저에게 개발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계속 요청을 드렸고, 최대한 그런 일들을 해오고는 있었다. 그럼에도 한계가 명확했다. 회사가 개발로 돈을 벌어오는 회사가 아니어서, 개발에 대해 많은 리소스 투입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8년 경력을 가진 개발 리드가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우리 팀이 '업무 지원 부서'라는 점에서 내가 풀타임 개발자로 전향할 수 있는 여지도 없어보였다.

 

처음에는 업무와 이직 준비를 병행해보려고 시도했지만, 두 달 정도 해보니 이도저도 아니겠다는 판단이 섰다. 업무 시간에는 업무에 집중을 해야하고, 또 영어에 대한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히 말하는 연습을 해야했다. 결국 주말에 코딩 테스트를 준비하고 CS 공부를 해야하는데 진도가 너무 더디게 나갔다. 이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 소위 '물경력'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었다. 그럴 바에는 일단 그만두고 공부에 집중해서 실력을 쌓은 다음, 제대로 된 개발 포지션으로 지원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일을 하면서도 기초 CS(Computer Science) 공부에 대한 갈망이 항상 있었다. 지식이 없다보니 검색을 해서 문제를 해결해도 그 순간만 모면하는 느낌이 들었고, 예전에 해결했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서 또 검색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CS 지식은 실무에서 문제를 해결하며 쌓이는 지식들 혹은 노하우들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참에 참여했던 프로젝트들을 정리해보면서 먼저 관련 기초 지식들을 차근히 정리해 볼 생각이다. 그런 다음 꼭 요구되는 여러 과목들 - 자료구조, 알고리즘, 네트워크 등등 - 을 책을 읽고 인강을 들으면서 공부해보려 한다. 우연히 SSAFY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서 면접을 보았는데, 합격한다면 더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후에 여력이 생기면 영어 공부도 다시 하고 싶다. 개발자가 읽고 쓰는 것 말고도 회화까지 잘 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면, 엄청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좋은 조건이 있다면 해외에서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remote work에 대한 여건이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물리적으로 그 나라에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영어가 기회를 넓혀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찾아볼수록 개발자에게는 더욱 그렇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매일 꼭 해야할 것들을 해나가려 한다. 앞으로의 시간이 나의 성공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