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10. 2025년 개발자 연말 회고

devsean 2025. 12. 29. 21:24

개발자로서 자리를 잡았던 한 해

작년 하반기부터 일을 시작해 어느덧 1년 반이 흘렀다. 올 한 해 업무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하나씩 해결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업무와 생활에 익숙해졌고, 자리를 잡았던 한 해였다. 2025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정리해보고, 잘했던 점 3가지와 아쉬웠던 점 3가지를 적어보았다.

 

2025년에 내가 했던 일들

개발자로 일하며 지난 한 해동안 아래의 일들을 했다.

 

2025년에 잘했던 점 3가지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던 것

올해 개발자로서 가장 잘한 점은 프로젝트를 잘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3개의 프로젝트를 했는데 모두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었다. 매일 밤 10시를 넘겨 퇴근하면서 API 개발을 전부 다 도맡아 하기도 했다. '신입 사원’이라는 명목으로 적당히 하다가 나올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는 싫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직업 의식과 보람에 이끌려 시작한 일인데 쉽게 내려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임했다. 진행이 어려운 부분은 PM에게 얘기해서 개선하고, 개발 작업에 필요한 지원이 있으면 고객사 담당자나 협력사 개발자 분들께 요청드렸다. 비록 회사에서의 직급은 제일 낮을 지라도, 내가 맡은 개발 업무나 프로젝트 전반적으로 봤을 때 내 의견이 맞으면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물론 내가 놓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수긍했다.

 

감사하게도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분들께서도 나를 잘 도와주셨다. 타당한 의견이라면 잘 수용해주셨고,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해주셨다. 회사로부터 작게나마 프로젝트 인센티브 명목의 수당이나 격려품을 받기도 했고, 고객으로부터 감사 메일을 받기도 했다. 힘든 와중에도 고객이 전문가로 대우해주실 때는 뿌듯했다. 그러나 가장 큰 수확은 내 스스로 어떤 개발자로 성장해야 할 지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점이다.

 

추석 연휴 스터디 챌린지에 참여했던 것

이번 추석에는 생전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를 했다. 인프런에서 각자 듣고 싶었던 강의를 하나 선정해서 CTO인 향로님과 함께 완강하는 챌린지였다. 매일 하나 이상의 강의를 듣고 인증하는 미션이 있었다. 챌린지에 참여하면 강의를 30% 할인해주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연휴도 알차게 보낼 겸해서 참여했다. 막상 챌린지를 마치고 나니, 강의를 저렴하게 들었던 것 이상으로 좋은 점이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공부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나는 항상 ‘공부는 혼자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독학 및 인강이 체질에 잘 맞았는데, 공부 방향을 잡고 내용을 선정하는 데 있어 자유도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효율적이지만,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많은 의지력이 필요했다. 특히나 업무를 하면서 공부를 하려니 더욱 그랬고, 자꾸 중간에 그만두게 되었다(지난 한 해동안 이 블로그에 글이 올라왔던 주기만 봐도 그렇다).

 

이번에는 달랐다. 사람들과 함께 같은 미션(하루 한 강 이상 듣기)을 수행하면서, 나와 타협하려 하다가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강의를 들었고 막상 듣기 시작하니 어느덧 1시간, 2시간 이상을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평소와는 달리 ‘미션’이 있었던 점도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같이 공부한다는 것은, 혼자서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함께 달성해나가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다음에는 공부하고 싶은 주제 하나를 잡고 스터디를 해보고 싶다. 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 배우면서, 더욱 이해를 넓혀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노션에 독서 리스트를 만든 것

성인이 된 이후로 독서는 항상 내 (희망 사항으로) 루틴에 포함되어 있었다. 마냥 열심히만 읽었는데 머리에 남는 게 많이 없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책을 읽으면 꼭 한,두 문단씩이라도 독후감을 남겨두었다. 그러다보니 좀 더 체계적으로 읽을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우연한 계기로 노션 활용법을 알려주는 온라인 컨퍼런스를 듣게 되었고, 예시로 독서 리스트를 설명해주셨다. 나에게 딱 맞는 해결책이었고, 그 덕분에 여태껏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책을 읽었는지(읽고 있는지) 등을 남겨둘 수 있게 되었다.

 

올해는 총 14권의 책을 읽었는데, 읽다가 만 책도 3권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를 마친 직후에 많이 읽었고 이후로는 드문드문 몇 권씩 읽었다. 괜찮았던 책은 작년과 같이 블로그에도 후기를 남겨둬야겠다.

나의 2025년 독서 리스트

 

2025년에 아쉬웠던 점 3가지

 

기술적인 숙련도를 충분히 올리지 못했던 것

한 해동안 여러 업무를 하면서 기술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프론트엔드, 백엔드, 인증, 파이썬 SDK, 도커, 쿠버네티스 등등 일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된 상태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넓은 범위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 때문인지 관련된 기술을 활용할 줄은 알게 되었어도 숙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좀 더 깊게 파봐야지 싶으면 다른 일이 생기고, 그걸 해결하면 또 다른 일이 생기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깊이와 범위에서 trade-off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흔히 언급되는 T자형 경력 관리에서, 맨 위의 가로축을 다졌다고 생각하자. 앞으로 Java 기반의 백엔드 프로그래밍에 전문성을 쌓고 그걸 기반으로 나머지 분야들도 깊이를 더하려고 한다. 사실 요새는 AI 툴이 너무 잘 되어있기 때문에 각 분야들의 숙련도도 빠르게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LLM에 관심을 덜 가졌던 것

올해 세 번째 프로젝트를 마치고, 회사에 돌아와 2주 정도 LLM 및 MS Azure 활용 교육을 이수했다. Langchain, Langgraph, Langsmith와 같은 오픈소스부터 시작해서 LLM 성능 평가, MCP, AI Agent와 같은 최근의 심화된 이슈까지 정리했다. 그런 다음 MS Azure 플랫폼에서 어떻게 쉽게 구현할 수 있는지 배우고, 그걸 기반으로 토이 프로젝트를 직접 만들어보았다.

 

교육을 들으면서 LLM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토이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연습할 겸 VSCode에 Codex를 붙여서 바이브 코딩도 직접 해봤다. 완전 자동화는 불가능하고, 나도 기술을 잘 알아야 바이브 코딩도 잘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에이전트가 작성해주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코드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구현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높은 생산성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기술 스택을 바탕으로, 약 3일 만에 작동하는 PoC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런 방식에 좀 더 익숙해지고, Multi Agent와 같이 여러 에이전트를 돌려서 협업하게 만들면 한 명의 개인이 할 수 있는 업무의 양과 범위가 무척 커질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기술을 학습하는 데에도 LLM은 무척 유용하다. 구글애서 내놓은 NotebookLM은 아예 학습에 특화된 AI 서비스로, 학습할 내용을 넣으면 해당 내용을 요약하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질의/응답을 하거나 학습용 문제를 출제해주는 등의 기능도 있다.

 

최근 들어 개발자의 핵심 역량은 How(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잘하는 것에서 What/Why(무슨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왜 해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어차피 How는 AI가 잘 해주기 때문이다. 여태껏 ChatGPT를 활용하면서 주어진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데에 만족했다면, 내년에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LLM의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지 적극적으로 고민해 봐야겠다.

 

자기관리에 소홀했던 것

올해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자기관리에 소홀했던 것 같다. 먼저 운동을 하는 빈도가 줄었다. 작년에 취업을 한 뒤에 다시 복싱을 꾸준히 했었는데, 올해 들어 프로젝트를 나가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국 그만두게 되었다. 대신 헬스장을 등록해서 러닝과 턱걸이라도 해오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점점 빈도가 줄어들었다. 요새는 주 1회 정도만 간간히 하고 있다.

 

식단 관리도 마찬가지이다. 먹는 음식의 양과 질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했던 것 같다. 체중이 늘었다. 음주도 그렇다. 취준을 시작하면서 술을 끊었었고, 취업하고 나서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가볍게만 마셔왔다. 언제부턴가 한 잔씩 늘더니 요새는 의식하지 않고 술을 마시고 있다. 그래도 평일에는 주량을 조절하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다음 날이 휴일이더라도 적당히 마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매일 루틴인 명상과 감사 일기 작성도 언젠가부터는 그냥 습관처럼 별 생각 없이 하고 있다. 명상 가이드 내용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감사 일기에 쓰는 내용도 점점 매일 별다를 게 없어지고 있다.

 

회사에 적응하고, 생활이 안정되면서 자연스레 긴장이 풀어졌던 것 같다. 업무에 집중했으니 퇴근하면 편히 쉬어야 한다고 자기합리화를 하기도 했다. 마음이 편안한 상태인 것은 무척 좋은 일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절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건강한 몸과 마음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늘 잊지 말자.

 

나의 2026년 키워드 : 몰입

내년에는 올해보다도 더욱 몰입하는 한 해가 되고 싶다. 프로젝트를 나가더라도 나의 생활을 놓지 않고 유지하려면, 주어진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헤야할 것 같다. 할 일들의 우선 순위를 설정하고, 각각의 일들에 집중해서 빠르고 완성도 있게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